충북 음성 송석응·김창순씨
70개 품종 1만그루 무궁화가 자라는 충북 음성의 대봉수목원. 이 수목원을 운영하는 송석응(61)·김창순(61)씨 부부가 무궁화를 처음 접한 건 7년 전이다. 무궁화를 가꾸던 지인이 "무궁화의 참 멋을 알아보라"며 서로 다른 8개 품종의 무궁화 묘목을 건넸다.
분재(盆栽)와 수생(水生)식물을 주로 키우던 송씨는 수목원 한쪽에 이 묘목을 줄지어 심었다. 수개월 후 꽃이 피기 시작했다. 송씨는 "꽃이 한 번에 확 피지 않고 하루 한두 송이씩 새로 피고 져서 처음엔 별로 눈에 들지 않았다"며 "나중엔 3개월 넘게 매일 새 꽃을 피우는 끈기와 인내에 반하게 됐다"고 말했다. 옆에 선 김씨는 "꾸준하고 한결같은 무궁화를 보면 가족을 위해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 우리네 어머니 생각이 나서 더 정성을 기울이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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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목원에서 무궁화 1만여그루를 가꾸는 송석응(왼쪽)·김창순씨 부부가 활짝 핀 무궁화 곁에 서 있다. 부부는 “무궁화를 만난 건 우리 인생의 운명이자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무궁화는 생육법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다. 송씨는 "내 나무, 내 무궁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무궁화 높이가 1m든 1m20㎝든, 가지를 어떻게 치든 내 나무로 무궁화를 아끼고 사랑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송씨는 "사람들이 한번 와보면 '나도 무궁화 키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무궁화 동산을 만드는 게 꿈"이라 했다. 더 많은 사람이 무궁화를 직접 키워보면서 무궁화의 가치를 알아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송씨는 "무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진정한 나라꽃이 되지 않겠느냐"며 "무궁화 묘목을 구하러 오는 사람들이 정말 반갑고 고맙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20여명이 무궁화를 보러 대봉수목원을 찾는다. 송씨는 신중하고 진지하게 무궁화를 다루는 사람에겐 싼값에 많은 묘목을 팔고, 흥밋거리로 무궁화를 구하는 사람에겐 비싼 값에 판다고 했다. 비싸게 팔아야 그만큼 더 관심을 갖고 잘 길러줄 거란 기대에서다.
송씨의 텃밭에선 높이 1m50㎝가 훌쩍 넘는 무궁화 수백 그루가 자라고 있다. 송씨는 "멋진 무궁화 가로수길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사람들이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더 자주 접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